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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디자이너 박창선이 말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

글쓰는 디자이너 박창선이 말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0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중 18화입니다.
고군분투. 홀로 일하는 이들은 모두 그렇지 않을까. 큰 파도에 맞서 배를 크게 만들기보단 수영 실력을 키우고 싶어. 더 자유롭게 원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도록.

Q. 왜 일해?

오우, 질문이 매우 저돌적이야. 본질적인 걸 물어보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래.

나에게 20대와 30대의 일의 목적은 매우 달라. 20대엔 생존이 목적이었지. 제대 이후 집도 돈도 없었던 터라 오늘 벌어 당장 내일 밥을 구하는 것이 중요했지. 일용직이나 알바를 두세 개씩 하며 살았어.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만 했어.

20대 중반엔 인정욕구와 열등감이 일의 원천이었어. 일을 통해 저 사람을 이기거나 내가 잘살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 돈이 잘 벌리고 안 벌리고를 떠나서 ‘멋지게 산다’라는 얘길 듣는 게 좋았어. 허세와 욕망이 가득했던 시기였지.

30대 이후엔 딱히 일의 목적은 없어. 그저 일은 삶일 뿐.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을 하는 게 개인사업자의 삶이야. 일과 삶이 분리되어 있지 않지. 일이 끝나고 자신에게 투자하거나 퇴근 후에 다른 일을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닌 것 같아. 모든 순간이 나에게 투자하는 거고, 늘 같은 일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늘 다른 일을 하기도 해.

밥을 먹거나 여행을 가도 아이템을 구상하거나 돈 벌 고민을 하고 있지. 사실 이렇게 사는 게 지겹기도 하고, 이게 제대로 사는 건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일을 하나라도 더 할 것 같아.

Q.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어?

30살이었어. 이직을 하려고 했지만 취업이 안 돼서 시작했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PPT를 나름 잘 만들었어. 정부지원사업에 당선된 후 주변 스타트업 회사의 사업계획서나 제안서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지.

그런데 일이란 게 ‘제가 로고를 만듭니다’라고 해서 꼭 로고만 만드는 건 아니잖아. 결이 맞으면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의뢰가 들어오더라고. 그러다 보니 디자인이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만들게 되었지. 딱히 통칭할 단어가 없어서 브랜드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주로 회사와 고객의 접점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소개서나 제안서, 브로슈어나 키 비주얼 등 우리를 타인에게 소개하고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말야.

참고로 글쓰기는 그냥 취미일 뿐이야. (아직)

Q. 쉴 때 뭐해?

좋아하는 것이 상당히 많아. 소소하게 쉴 때는 넷플릭스를 보거나 예전 애니를 정주행하기도 해. 책은 최근 들어 다시 읽게 되었고, 가볍게 산을 가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해. 사실 쉰다는 게 뭔지 좀 구분이 어려운 생활이야.

언제부턴가 11개월만 일하고 1개월은 다른 세계를 경험해보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웠어. 한 달 동안 다른 나라 여행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나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하는 편이야. (결국 일하는 것 같네.)

Q. 취미가 뭐야?

위에서 말했듯이 글쓰기야. (200자로 쓰기엔 질문이 굉장히 직관적이네.) 덧붙이자면, 글 쓰는 행위 자체에 매료된 것은 아니야. 그저 생각을 무언가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해. 어릴 적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더 어릴 적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 지금은 글로 푸는 것이 좋달까. 나중엔 또 어떤 방식을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어.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최근 신혼집을 차리면서 한쪽 방을 PC방으로 만들었어. 노란 레일조명을 달고 넓은 책상과 수냉식 쿨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립식 컴퓨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동시에 띄워 놓는 큰 모니터를 세팅해놓고 뒤편엔 과자와 부수장비들을 보관할 수 있게 해놓았지. 아주 흡족하다고 할 수 있어.

신혼집의 PC방 ⓒ박창선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서점을 좋아해. 무슨 특별히 고상한 독서 취미를 지녀서 그런 건 아냐. 서점 특유의 새 책 냄새와 은근한 BGM, 표지를 보며 그냥 들쑤시고 다니는 정도야. 마음이 복잡하거나 굉장히 대분노가 차오를 때 서점에서 표지 구경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어.

(하지만 내가 책을 내고 나니, 요즘엔 평대의 책들을 보면 자꾸 머릿속으로 계산하게 돼. 더 스트레스받는 기분이야)

Q. 즐겨 듣는 음악은?

그때그때 달라. 디자인이나 글을 쓸 때 특히 BGM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스 짐머의 음악을 들으면 상당히 웅장해지고 나루토와 진격의 거인 OST를 들을 땐 속도감이 굉장하지. 어릴 땐 락이나 메탈을 자주 들었고, 요즘엔 겨울인 만큼 예전 노래들을 찾아 듣고 있어. 핑크 플로이드나 이니그마, 화이트스네이크 등등이랄까.

Q. 소울 푸드는?

카레. 한때 아비꼬가 등장했을 때 일주일에 3번씩 갔던 것 같아. 아비꼬 대표는 보고 있나? 아비꼬 이후엔 코코 이찌방야에 아주 흠뻑 빠져 살았지만 불매운동으로 끊었어. 요즘엔 고씨네 카레나 동네 카레 집에 가는 편이야. 사실 일본식 카레를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야. 사실 취향은 3분카레 쪽에 더 가까운 편.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새벽 1시. 이땐 '디자인 아이디어 요정님'도 찾아오고 글도 잘 써지고, 술을 마셨다면 적당히 취하는 시간이야.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은 시기랄까. 글이나 디자인, 음악 등으로 하루의 기분을 토해내고 정리하는 시간이지.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아?

앞으로 5년간은 더 디자인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때까지 계속 디자인을 하고 있을 것 같아.

40세 정도 되었을 땐 내가 직접 디자인을 끙끙대며 하기보단 좀 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면 좋겠어. 더불어 두세 군데의 회사에 외부인력으로 고용되어 여러 곳에서 연봉을 받는 구조라면 더욱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내 브랜드를 단 제품이 한두 개 팔리고 있다면 아주 금상첨화겠네. 책은 꾸준히 쓸 것 같으니까 그때쯤이면 10권 정도는 쓰지 않았을까.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가능하다면 PCT(Pacific Crest Trail)에 꼭 가보고 싶어. 물론 아내와 함께 가야 하니 나 혼자 가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아.

사실 이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 요즘 들어는 30대나 40대나, 사실 나이에 별 감흥이 없어. 끝나고 나서 하든 그 전에 하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네.

아직 쌩쌩하던 무렵. 2019년 11월엔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왔다. ⓒ박창선

Q.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길을 걸을 때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

돈을 주시는 분의 조언은 충분히 들으려고 해. 내가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만큼 주변 사람들이 한가롭지 못해. 요즘엔 딱히 이렇다저렇다 조언해주시는 분도 없네. 좀 듣고 싶어. 다만, 모두에게 지지를 받고 싶진 않아. 그건 엄청나게 부담이 되니까. 내가 지지받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지지받으면 되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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