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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글로벌 기업 마케터는 뭐 하고 놀아?

8년 차 글로벌 기업 마케터는 뭐 하고 놀아?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4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중 26화입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꼭 나타나. 그럴 때 머리가 좀 더 열리는 느낌이 들어.

Q. 왜 일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라는 것인데, 이건 모두가 동의할 이유겠지.

8년차가 되어 돌아보니 나는 일에서 얻는 성취감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더라. 잘했다고 칭찬받는 것과는 달라. 하루를 흐지부지 않고 또렷하게(?), 더 쉽게 표현하면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 이 만족감이 하루하루 쌓여서 생기는 성취감이지. 성취감을 느낄 때 행복도도 높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대학교 1학년 때, 어느 매체에서 우연하게 들었던 ‘외국계 홍보회사 다닙니다’라는 말이 멋있게 들렸어. 누가 말한 건지, 혹은 어떤 드라마의 배역이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아. 관련해 찾아보다 들어가게 된 대학연합PR동아리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어.

대학 동아리라고 해서 놀고 먹기만 하진 않았고, 홍보마케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많이 얻었지. 21살 때 외국계 홍보회사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할 기회가 주어질 정도였으니. 아무튼 사람들과 너무 즐겁고 재밌게 일했던 것 덕분인지(아니면 탓인지) 이때부터 이 홍보마케팅의 늪으로 빠지게 된 것 같아. 늪⋯.

Q. 쉴 때 뭐해?

은근히 집순이라서 쉴 땐 온전히 집에만 시체처럼 있는 편이야. 보통 누워 있거나 잠을 자. 누워 있을 땐 책을 읽거나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거나, 개인 SNS을 하거나. 다들 그럴 것 같은데? 나는 특히 누워 있으면 내 몸이 충전되는 것 같아. 에너지 게이지가 차오르는 느낌? 머리를 완전히 비우고 멍 때리면 그렇게 좋은 게 없어. 쉴 때는 그냥 쉬어야지.

Q. 취미가 뭐야?

멋있게 ‘이것이다!’라고 말할 취미는 없는 것 같아. 남편이랑 놀러 다니는 게 취미가 된지 꽤 오래됐어. 내년이면 만난 지 10년 차로 접어드는데,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우리만의 루틴이 있어. 대부분 '목적 있는 놀러 다님'인 것 같네.

우리 부부는 예술과 디자인 감각이 중요하다고 믿는데, 이 감각을 키우기 위해 미술관이나 멋진 건축물을 자주 보러 다녀. 최근에 다녀온 바바라 크루거의 전시는 너무 좋아서 주변에도 잔뜩 추천했고, 또 너무 좋았던 안도 타다오의 ‘뮤지엄 산’은 계절에 맞춰 봄, 가을 2번이나 다녀왔지. (뮤지엄 산은 특히 돌 하나, 빛 들어오는 공간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어. 눈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그야말로 공간 자체가 예술인 곳. 아, 나는 절대 뮤지엄 산 관련자가 아니야.)

늘 전시회를 보러 가는 건 아니고, 가볍게 집안을 꾸밀 소품을 사러 작은 소품샵에 가기도 해. 남편과 취향이 대충 맞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오랜 시간 함께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취향이든 취미든, 진화하고 학습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남편에게 많이 배우고, 둘 다 궁금하면 바로 가보고 해보는 편이야. 취미는 거창한 게 아니고 정답도 없는 것 같아서, 그때그때 좋다면 해볼 뿐. 그게 다인 것 같아. 다만, 항상 남편과 함께한다는 것이 내 취미생활을 더 즐겁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야.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집을 너무 좋아해서 고르기가 힘들어. 그래도 골라보자면, 거실이 될 것 같아. 거실에는 푸릇한 식물도 많고, 창도 매우 크게 나 있어. 오가닉한 느낌이 나는 따뜻한 곳이지. 거실엔 원목의 큰 6인 테이블이 있는데, 여기서 밥도 먹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많은 것을 해.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곳도 이 테이블, 온 가족이 우리집에 방문해 술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는 곳도 이 테이블이야. 마주 보고 둘러앉아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이 테이블 덕분에 티비를 켜지 않은 지 꽤 됐어. (실제로 이사를 할 때 티비를 버리려고 했는데, 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집 밖에 있다가 들어올 때도, 거실 불을 켜면 ‘아, 집에 왔다’ 하는 따뜻함이 밀려와.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액자들은 거실에 걸어두었어. 예쁜 식물들도 거실에 두었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자주 보려고.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거실 공간 ⓒ윤희정.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요즘은 자동차 안. 운전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어. 핸들을 잡은 나만의 공간이자, 그 작은 공간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크게 틀어둘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워. 카페보다 차 안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며 드라이브 하는 게 좋다고 느껴질 정도?

차 안이 좋다고는 했지만, 차 안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장소를 내가 주도적으로 고를 수 있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기도 해. 뭔가 어디든 내 맘 가는 대로 떠날 수 있다는 느낌. 행선지는 핸들 잡은 사람 마음이니까.

Q. 즐겨 듣는 음악은?

죠지의 음악. 그리고 방탄소년단. 일단 죠지의 노래는 한 곡도 빠짐없이 좋아하고 들어. 가사가 너무 매력적인데, 죠지의 가장 히트곡인 Boat 말고도 내가 따로 좋아하는 곡은 22와 e-mail.

잠깐 내가 좋아하는 가사들을 소개할게!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잠들 수 있는 낙이 필요해 떠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두고 가야 할 게 많아 겁이 나는 걸 가끔은 한심한 꿈들이 필요해 But 나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많아 저 멀리 갈 수 있는 배가 필요해 - Boat 중

영원할 것만 같았던 나의 틴에이지, 맬 줄 몰랐던 넥타이가 제법 태가 나 이젠 - 22 중

We do 우린 매일 일해야 해 We do we do it for future - email 중

그냥 지금 우리 시대 청춘의 감정이 솔직하게, 때론 굉장히 은유적으로 잘 표현된 노래들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지금 시대에 방탄소년단, 그러니까 BTS가 빠져서 되겠나. 많이들 모를 수 있는데, 노래들이 모두 의미심장해. 시대와 세대를 반영하고 있달까. 노래가 좋고 흥겨운 것은 물론이고. (14년도부터 방탄팬이었음!)

Q. 소울 푸드는?

삼겹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운 돼지고기. 나를 조금이라도 알거나, 내 개인 SNS를 팔로우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나와 남편의 육도락. 고기는 사실 뭐든 진리인데 그중에서 제일은 돼지 아닌가.

특히 김돈이라는 제주 근고기집. 꼭 선릉본점으로 가야 해. 다른 곳은 안 돼. 2011년부터 갔으니 벌써 10년째 가고 있는 가게야. 그러다 보니 사장님, 이모님 다 알고 지내며, 적어도 분기마다 방문하고 있는 것 같아. 세상에 고깃집이 얼마나 많은데 분기마다 방문하는 거면 말 다 했지.

무튼 고기는 맥주든 소주든, 어떤 술과의 궁합도 좋고 지글지글 굽는 소리에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잖아. 내 남은 인생 육도락은 꼭 이어갈 거야. 오메가3도 챙겨 먹어주면서.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 시간 즈음. 하루를 시작할 때보다 마무리할 때가 더 좋아. 내일은 무엇을 할지 체크하다 보면 벌써 마음이 풍성. 이미 할 일을 다 해둔 그 느낌 알 사람은 다 알 거야. 내일의 나에게 미루는 느낌이라 좋은 걸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넷플릭스 미드 보는 것도 조그만 나의 행복이야. 그리고 집에 와서 남편이랑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무엇이 있겠어!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서른을 맞이했을 때보다는 좀 더 현명해졌길 바랄 뿐이야.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하루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내고 있지 않을까. 처한 환경이 어떠하든지 잘 살아내고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해.

솔직히, 30대에 많이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거나 하고 있기를 바라. 마흔이면 더 똑똑해져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보다 더 똑똑한 (나보다 더 빨리 마흔을 맞이한) 동반자 남편과 나의 마흔 여정의 시작을 함께하고 있겠지.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 (이건 창업에 대한 게 아니고, 정말 나의 능력치에 대한 이야기야. 난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있는 게 좋아.)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 언니 오빠들이 멋지게 자기의 선택을 해나가는 것을 보고 있어. 나도 내 나름의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라 모두가 하는 것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뭔가 나만의 것을 만들어 보고 싶어. 그것이 꼭 나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진 않아. 남편을 포함해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우리만의 것을 만든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 근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 30대가 끝나기 전에 그것을 찾아내 알고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 온 것 외에 다른 시도들을 해봐야겠지.

Q.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길을 걸을 때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

내 주변에는 내가 무엇을 하든 응원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 아니면 내가 은근히 고집이 세서, ‘내가 가는 길이 옳다!’라고 주변인들을 설득해 응원을 받아내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지지받지 못할 때가 정말로 떠오르지 않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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