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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북클럽 마케터 지문희가 요즘 꽂혀 있는 것

문학동네 북클럽 마케터 지문희가 요즘 꽂혀 있는 것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6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29화입니다.
생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그 느낌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아. 나는 그걸 알고부터는 ‘총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어.

Q. 왜 일해?

이 질문을 받고, 아마 많은 인터뷰이들이 ‘일’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어. 그만큼 원론적인 질문이네. 지금은 확실히, 내가 즐겁기 위해서 일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예상한 대로, 책읽기를 좋아해서 출판사에 다니고 있어.

다만 처음부터 출판 마케팅을 한 건 아냐. 내 첫 직장은 전공을 살린 영어교재 편집자였어. 편집자 일도 이전에 영어과외와 학원 강사를 했던 일의 연장이라 재미있고 신기했는데, 문득 내가 하는 일이 불완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지.

지금은 시스템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당시 내가 일했던 곳은 책이 나오면 이후 어떤 독자를 만나는지, 교재는 어떤 방식으로 홍보되는지 알 길이 없었어. 책을 편집해서 내면 그다음부터 책은 어디 먼 곳으로 보내지는, 분절된 기분이었지.

신입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굉장히 부분적으로, 부품처럼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 일이 끝나도 개운함이나 충만함을 느끼기 어려웠고. 내가 바라던 삶은 총체적인 삶이거든.

‘총체적인 삶’에 대한 결심은 학부 때 들은 윤리문화 수업을 듣고 시작되었어.

정확한 수치는 기억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산업시대를 기점으로 공장노동자들의 자살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대. 마치 영화 <모던타임즈>에 나오는 찰리 채플린처럼 사람이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전락해 분업화된 일만을 반복을 하다보니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거지.

뒤늦게 일부 국가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바구니 짜기를 시켰대. 오롯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 전과정을 관장할 수 있도록 해준 거지. 이후 놀랍게도 자살율이 감소했다고 해. 그만큼 일의 처음과 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내가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은 어느 정도의 가치와 과정 속에 있는 것인가. 생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그 느낌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아. 나는 그때부터 총체적인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어.

지금 이 회사에 입사를 결심한 계기도 내가 알지 못했던 책 출간 그 이후의 과정을 배우고 참여하고 싶어서였어. 운이 좋게도 입사 후에는 처음 들어간 도서 마케팅 부서 외에도 다양한 부서와 업무를 거치면서 도서 출판 과정의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지.

지금 회사도 부서별로 업무가 나눠져있긴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소통의 벽이 낮은 편이라 재미있는 기획이 있으면 바로바로 실행해볼 수 있어서 즐기면서 다니고 있어.

작년부터 맡게 된 멤버십 업무도 처음부터 끝까지 팀원과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데, 힘든 점도 물론 있지만, 프로그램 하나가 끝날 때마다 드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더라. 일은 고되지만 충만한 에너지가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들거든.

Q. 쉴 때 뭐해?

쉴 때는 보통 마음을 돌보는 일에 집중하려고 해.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다쳤던 부분을 가까운 사람과 다시금 되짚어보기도 하고,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은 책을 읽거나 다른 경험을 통해서 채우려고 하지.

회사에 한두 명 정도는 있는 그 ‘학원 중독자’가 바로 난데, 일하면서 번 돈의 1/3은 다 쉴 때 배우는 돈으로 쓰고 있어. 이것저것 배우면서, 일하면서 다쳤던 자존감을 보듬어. 결국 쉴 때도 일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을 하는 내가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은 정말 중요해. 흔들렸던 마음을 다독여주는 효과가 있더라고.

Q. 취미가 뭐야?

취미도 독서인데, 이것도 일로 이어지니 차마 그렇게 말하고 끝내긴 어려울 것 같네.

조금 더 보태자면, 멋진 카페 공간에서 책읽기가 내 취미야. 주말에 꼭 한 번은 조금 멀리 떨어진 책방이나 카페에 가.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책 서너 장을 넘기고 오면 일상에 쉼표를 찍는 기분이 들어.

책방 주인장의 열띤 책 추천을 듣거나 요즘 책 읽는 사람들 풍경을 보고 있으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져. 월요병이 없어진달까. 그래서 가능한 한 취미생활로 북카페 가는 시간을 일요일 오후로 잡아 꼭 챙겨 가고 있어.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불꺼진 거실 한켠에 위치한 책상 한 귀퉁이를 가장 좋아해.

책상 코너에는 세가지 컬러로 바뀌는 스탠드 조명을 설치해두었거든. 그날 읽을 책 한 권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기분에 따라 조명을 짠, 하고 켜두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인스타그램으로 찍으면 어떤 각도든 참 잘 나오고.(웃음)

가끔 방금 내린 커피나 플로럴 계열의 티 그리고 초코퍼지처럼 너무 달아 동동거릴 정도의 디저트가 더해지면, 하루가 온전히 나를 위해 새롭게 부팅되는 기분이야. 이런 공간에 이런 사치 를 누릴 수 있는 여유 시간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라, 이 공간에 앉아 있으면 ‘온전한 나의 시간’이라는 충만감이 차올라. 그래서 더 좋아해.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카페를 좋아해. 회사에서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면 3분 거리인 카페, 커피발전소야. 커피도 맛있지만 아침에 출출한 직장인을 위해 준비해둔 그날의 ‘모이’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어. 머리 위에 훌렁 뒤집어 쓸 수 있을 정도의 큰 나무 바가지에 어느 날은 강냉이가, 어느 날은 건빵이, 또 다른 날은 짱구 과자가 수북히 쌓여 있어.

그걸 한 주먹 손에 쥐고 아침에 받은 커피와 함께 야몽야몽 먹다보면 소풍 온 기분이 들어. 여기 카페가 햇살 맛집이라고, 전면으로는 정말 ‘초록’ 풍경이 보이고 낮 3시에는 둘러싸인 높은 창으로 햇살이 큼지막하게 떨어져.

카페에서 종일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이 참 맑아져. 가끔 나른한 날 동료와 함께 찜해둔 책이나 굿즈를 들고 사진 찍으면 그날은 그냥 무조건 인생 사진이 나오더라고.

책이 좋아서 편집자가 됐다가, 책이 출간되고 독자에게 다가가기까지의 ‘총체적 과정’을 알고 싶어서 출판 마케터가 됐다. ⓒ지문희

Q. 즐겨 듣는 음악은?

시즌마다 다르지만 올해는 혼네 음악을 참 많이 들었어. 하루에 기본 네 시간, 많을 때는 여섯 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했는데, 혼네 음악은 드라이브할 때 듣기에 참 좋더라고.

이외에는 벅스 top 100을 무한 반복해서 들어.

Q. 소울 푸드는?

오동통한 찹쌀떡과 믹스커피.

내 소울 푸드는 휴학 시절, 영어강사 아르바이트를 할 때 찾아왔어.

낮 2시부터 밤 8시까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를 맡아서 하루 네 타임 정도를 진행했어. 그때는 워낙 쉬는 시간도 불규칙하고, 학부모 상담을 하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보면 수업 전에 남은 쉬는 시간이 짧아져서, 점심이나 저녁은 건너 뛰었어.

다행히 학원 앞에 떡집이 있어서 출근하면서 찹쌀떡 한 팩을 사들고 들어왔지. 수업 하나가 끝날 때마다 찹쌀떡 하나에 믹스커피 두 모금씩 꿀떡꿀떡 넘겼어. 이렇게 두 개씩 입에 물고 삼키다보면 여덟알이 딱 끝나지. 하루를 다 삼킨 느낌으로 뿌듯해.

꽉찬 팥이 달기도 참 달아서 급속 당충전은 바로 되고, 쫄깃하고 보드라운 식감이 백 번을 먹어도 늘 기분 좋게 해주더라고. 가끔 우울할 때는 근처 떡집에서 이 조합으로 한끼를 때우는데. 이제는 너무 달아서 한 팩은 무리지만 확실히 아직도 위로의 맛을 느낄 수 있었어.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담당하고 있는 북클럽 회원 들의 리뷰를 보는 시간. 나는 주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사를 기다릴 때, 잠들기 전까지 네 개의 채널을 바꾸어가며, 관련 소식을 계속 확인해.

하루 동안의 일을 검증 받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 내가 다른 독자의 문화생활에 기분 좋음을 선물한 것 같아 굉장히 좋아하는 시간이야. 거의 중독이지.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아?

공자가 마흔에 이르러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며 마흔을 불혹 不惑이라 하잖아. 글쎄. 나는 불혹이 되어서도 세상의 모든 여러 일들에 현혹된, 원데이 클래스 중독자가 되어있을 것 같아.

다만 요즘은 ‘우아하게 일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 손끝에 잉크 방울을 묻히지 않거나 연탄의자 들어올리지 않고 일하는 ‘우아함’이 아니라, 악재와 호재에 과하게 현혹되지 않는, 내적 근육이 탄탄한 발레리나의 꼿꼿한 우아한 모습을 꿈꿔.

내가 취미로 발레를 배울 때 모든 동작이 경운기에 올라탄 사람마냥 과하게 흔들리더라. 그때 선생님이 근육이 얇아서라고, 근육이 발달할수록 흔들림은 적어진다고 하더라고. 가르침이 참 인상적이었어. 내가 탄탄한 내적 근육을 가지면, 앞으로 나와 함께 일하는 분들도 조금은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마흔에는 우아하게 일하고 싶어.

아,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서 공자처럼(?) 나도 서른에 들어서서 나만의 이론을 만들었거든. 나를 아는 분들은 내가 계속 외치고 다니는 ‘35세 이론’인데, 중년의 모습은 모두 35세 이전에 씨를 뿌린 것에서 온다는 이론이야. 사실 정확한 건 아닌데, 내가 만나 본 여러 작가님이나 선생님들을 보면, 커리어가 많이 달려졌다고 해도 그 경험이 다 35세 이전에 겪은 일들이더라고. 물론 그 전에 뭘 못 해봤다고 해서 망했다는 건 아니야. 나는 금수저가 아니어서, 조금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문화자본을 가볍게 축적하고 있어.

대학교 전공이 무엇이든 첫 직장이 무엇이든, 그리고 30세에 무엇을 다시 시작했든, 대략 35세 이전에 벌어지는 일들은 인생에 ‘결정적’인 포인트는 아닌 것 같아. 취향에 대한 발견도 그렇지. 그저 ‘가능성의 씨앗’ 딱 그 정도.

그래서 마흔이 되면 나는 35세 전에 뿌려놓은 씨앗을 살피고 무엇이 발화되었는지를 살피고 있을 것 같아.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도서관에 있는 미닫이 책장을 짜고 싶어.

출판사에 다니기도 하지만 책 사는 걸 워낙 좋아해서, 한 달에 20만원은 책 값으로 쓰는 거 같아. 여기에 나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친구의 책을 합하고, 그 친구가 중고서점에 가서 절판되었다고 모셔오는 책까지 합하면, 39세에는 책으로 무령왕릉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처음에는 분야별로도 꽂아보고, 두 번 읽지 않을 책은 선물도 해봤는데, 일주일만 지나면 덩그러니 베란다 한 구석에는 꼭 9층책탑이 생기더라고. '이럴 거면 그냥 도서관처럼 책장을 크게 짜서 가까운 지인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개인 서가를 만들어야겠다' 하고 결심했어.

우선 미닫이 책장을 들일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게 먼저겠지만.

주말에 회사 동료와 함께 카페 투어 중인 모습. 11월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지문희

Q.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길을 걸을 때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

내 주변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뿐이라, 내가 가는 길이 다르다거나, 유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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