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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콘텐츠 스타트업 창업 4년차, 잘 지내니?

퇴사 후 콘텐츠 스타트업 창업 4년차, 잘 지내니?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6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30화입니다.
최선의 결과가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너를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야.

Q. 왜 일해?

언제나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 일해. 언제나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나이에 상관없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자립할 수 있다는 의미야. 내가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갖기로 한 이유이기도 해.

대기업을 다니다 학교 선배들과 함께 창업을 했어. 이 때가 아마 ‘직장’과 ‘직업’의 차이를 깨달은 시기였던 것 같아. ‘직장’은 회사와 타이틀이 나를 대변하잖아. 하지만 ‘직업’은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하지.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 나이가 들더라도 은퇴를 불안해하기 보다 자유의지대로 은퇴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직장에서 직업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 현재는 언제라도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직업으로서의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 일을 하는 이유라기보다는, 일을 그만할 수 없는 이유도 하나 있어. 콘텐츠 기획을 하다 보면 늘 새로움을 찾고, 새로움을 논의해. 특히 여행 콘텐츠를 쓸 때에는 해외 도시에서 생각의 단서를 찾거나 보석같은 사례들을 찾아 내는데, 반 보 앞서 있는 새로움을 만났을 때의 짜릿한 번뜩임을 잃을 수가 없어.

사무실에서도 답이 없어 보이던 문제의 답을,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결국 찾아내는 경우가 많아. 하나 하나 퍼즐을 맞추어나가다가, 마지막 퍼즐을 찾아내 전체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에 맛볼 수 있는 희열. 그런 달콤함이야. 아마 이런 저런 이유로 꽤 오랫동안 일을 할 것 같아.

Q. 어쩌다 그 일을 하게 됐어?

거창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물 흐르듯 여기까지 온 것 같아. 나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무난하게 사회 생활을 시작했어. 별 탈 없던 회사생활이었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듯 막연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고.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하는 것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인데, 일을 오래 하려면 단순히 직장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큰 조직의 울타리가 없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운이 좋게 트래블코드 대표인 이동진 대표님이 나를 찾아 주셨어. 당시에는 그저 먼 선배 중의 한 분이었는데, 내가 종종 페이스북에 짤막하게 올리던 글이나 학생 때 학회 활동을 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계시더라고.

처음부터 회사를 함께 창립하자고 제안하셨던 건 아니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각자 회사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해보자고 하셨어. 1년 남짓 운영했던 이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잘되지는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기 전 여러 가지를 테스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지. 생업이 아니다 보니 비교적 과감한 시도들을 해 보면서 비즈니스적인 감을 키울 수 있었고, 트래블코드를 창업하기 전 지금의 멤버들과 일로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되기도 했어.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마도 콘텐츠업의 가능성을 보았고, 내 커리어의 방향성을 서서히 세팅하기 시작했어. 돌이켜 보면 같은 시간 동안 이동진 대표님은 만들고 싶은 회사의 큰 그림과 비전을 그리고 계셨을 것 같아.

사이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님이 만들고 싶은 회사, 콘텐츠업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해주셨고, 나한테 함께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주셨어. 당시의 나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보다 성장에 대한 갈망과 먼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콘텐츠 업계에서 이 멤버들과 시작한다면 내가 원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지. 그렇게 다소 대담한 결단이 여기까지 이어졌어.

2019년에 낸 책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와 함께. Ⓒ최경희

Q. 쉴 때 뭐해?

쉴 때 ‘꼭 이것을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없어. 아무래도 긴 시간을 빼서 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틈틈이 쉬는 방법을 찾다 보니 한 가지를 딱 정해놓기가 쉽지 않더라고.

대신 짧은 시간 동안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편이야.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포근한 잠옷을 입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멍 때리기도 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소설, 에세이, 시집 등 일이랑 아무 관련 없는 책을 읽기도 해.

핸드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심신을 달래거나 비일상적인 영감을 얻기도 하지. 내가 주로 보는 것들은 아티스트들의 위트있는 디자인 포트폴리오, 럭셔리 호텔 영상, 귀여운 동물 영상 등이야. 나와 완전 다른 분야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는 아티스트들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으면, 출출한 오후에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 식사가 줄 수 없는 형태의 만족감 같은 거지.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는 아만, 소네바 등 럭셔리 호텔 브랜드에서 홍보 영상을 올리는 계정이나 이런 호텔들의 뷰만 모아서 보여주는 계정이 많은데, 이런 계정에서 올리는 영상을 보면 잠시나마 휴양지로 여행을 다녀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정신 건강에 좋아. 귀엽고 순수한 동물 영상을 멍하니 보는 것이 지친 심신을 위로한다는 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그러고 보니 나는 특별한 한 가지 활동을 하기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혼자서 스스로를 달래거나, 다듬으면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

Q. 취미가 뭐야?

취미로는 요가를 하고 있어. 정신과 육체 건강을 동시에 챙기기에 요가만한 운동이 없더라고. 대학생 때부터 비정기적으로 요가를 배웠는데, 요가원에서 요가 선생님을 따라하기만 하다 보니 요가를 오래 해도 집에서는 제대로 된 자세가 기억나지 않더라. 요가원을 다닐 때에는 열심히 하지만 혼자서는 잘 안 하게 되어 아쉬웠어.

그래서 재작년에는 요가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땄어. 수련이 부족해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는 안되지만, 강사 자격증반에서 요가의 이론, 동작의 원리 등을 배운 이후부터는 혼자서도 꾸준히 요가를 하고 있지.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최근 김정운 교수가 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라는 책을 읽었어. 이 책에는 ‘슈필라움(Spielraum)’이라는 개념이 나와.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말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의미하지.

슈필라움은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책에서는 ‘아무리 보잘것없이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간,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내 슈필라움이다’라고 말해.

그런 의미에서 나의 슈필라움은 침실이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침대 옆 협탁이 그 중심이 되는 것 같아.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협소할지 모르지만, 학생 때부터 자취를 하다 보니 거창한 공간을 갖기가 어렵더라고. 하지만 어디에 살든 늘 침대 옆 협탁만큼은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데 필요한 물건들이나,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놓아 두었어.

여기에는 자기 전 어깨나 목선을 따라 바르는 피몽쉐 아로마 오일, 여행을 다니며 모은 동물 피규어나 동물 인형, 그리고 요새 읽고 있는 책이 있어. 나만의 취향, 추억, 생각이 담긴 물건들 덕분에 하루를 좀더 포근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같아.

나만의 슈팔라움에 있는 침대 옆 협탁. 읽고 있는 책들과 아로마 오일이 늘 놓여 있다. 주말 아침에는 좋아하는 찻잔에 향긋한 홍차를 우려 하루를 시작한다. ⓒ최경희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나는 '힙'하고 화려한 공간보다는 조용하고, 한가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좋아해. 그래야 머무르기에 불편함이 없거든. 그런 의미에서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아마 집과 사무실 외에 가장 반복적으로 가는 곳일 거야. 부암동의 ‘몽유도원 도이창’이라는 곳인데, 넓은 공간에 좌석이 붙어 있지 않아 여유롭고, 널찍한 테라스 자리도 있어서 날씨 좋은 날에는 햇살을 만끽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인왕산을 바라보며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아. 게다가 공정무역 기준을 준수한 유기농 커피를 판매한다는 점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고. 건물 지하에 주차장이 있어서 주차도 걱정이 없지. 여러 모로 주말마다 가게 되는 곳이야.

Q. 즐겨 듣는 음악은?

공간이나 기분에 따라 장르를 바꿔. 그래도 이래저래 가장 많이 듣는 장르는 힙합. 힙합은 음악으로 쓰는 시라고 생각해. 래퍼들의 발상, 표현, 라임 등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경우가 많거든. 시의 매력에 음악의 그루브가 더해져 더 세련된 시, 더 기억에 남는 시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요새 힙합 씬에서 ‘플렉스’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류의 랩보다는 힘들었던 시기에 썼던 랩,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랩, 이별 후 남겨진 공허함이 담긴 랩 등 사람의 미세한 감정을 창의적으로 표현한 랩을 좋아해. 자주 듣는 랩은 루피의 ‘지금 어디야’, 딘의 ‘D’, 크러쉬 ‘소파’ 등이 있어.

자기 전에 혼자 조용히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이 때에는 꼭 재즈를 들어. 현대 재즈를 몇 번 시도해 봤다가 흥미를 잃은 후로는 에디 히긴스 트리오, 쳇 베이커 등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재즈 음악가들의 연주를 즐겨 듣지.

다른 재즈 곡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고, 들을 때마다 충만한 기분이 들거든. 특히 쳇 베이커는 재즈가 뭔지도 모르던 학창 시절부터 듣던 뮤지션이라, 은은한 향수마저 불러 일으키지.

Q. 소울 푸드는?

소울 푸드의 정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가장 힘들 때 생각나는 음식’이라면 단연 돼지고기를 숭덩 숭덩 썰어 넣은 김치찌개야. 일 때문에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데, 며칠을 해외에 나가 있든, 한국에 오자마자 첫 끼니로 먹는 음식이 바로 김치찌개지.

회사 해외 출장 일정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도가 높은 편인데, 그 출장의 끝에 먹는 김치찌개는 지친 나를 위로하고 충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야.

무엇보다 요리하는 것에 취미가 없는 사람인데도, 혼자서라도 먹고 싶어서 직접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정리하는 정성을 보여 온 유일한 음식이야. 이쯤이면 나의 소울 푸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으로 시작해 포근한 잠옷을 입고 침대에 앉아 독서를 하면서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 이 때 내 슈필라움인 침대 옆 협탁이 소박하지만 근사한 와인 테이블이 되지. 물론 피로에 지쳐서 이런 시간을 매일 가지지는 못하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쯤 갖는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 먹은 날이면 오후부터 들뜬 마음으로 일하고 퇴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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