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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 e북 MD가 불안해 하는 그것

'덕업일치' e북 MD가 불안해 하는 그것

Story Book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14분

※ 30대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월간서른'이 밀레니얼을 바라보는 기성 콘텐츠에 던지는 유쾌한 미시사적 다큐멘터리! '밀레니얼 31인의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일하는 밀레니얼이 먹고사는 이야기> 중 31화입니다.
내가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시간들이 더 즐거운 거 아닐까? 

Q. 왜 일해?

나는 그냥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살아 있는 내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내가 만약 직장이 없다면, 간밤에 무슨 변고가 생겨서 내일 아침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 해도 이 세상의 아무도 나라는 사람이 없어졌는지 모른 채로 지나갈수도 있잖아.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 특별한 일 없이는 회사에 안 나가는 순간 바로 사람들이 내 부재를 눈치채 줄 것 아니겠어? 나의 일상성이 깨졌을 때,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하고 생각해줄 사람들이 지금의 내 삶에서는 직장 동료들 밖에 없는 것 같아.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나의 안위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서, 이 넓은 세상에서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는 '없어지면 큰일 나는' 존재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래서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는 것 같아.

Q. 어쩌다 지금 하는 일을 하게 됐어?

이 업계에 있는 분들이 다 그렇듯,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고, 언젠가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어. 직장을 세 번 옮기는 동안 업무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을 거쳐 지금의 MD 일을 하게 됐지.

딱히 '꼭 이걸 하고 싶어!' 라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왔다기보다는, 어떤 터닝포인트가 오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내가 가장 즐겁게,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더니⋯ 정신 차려 보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 왜 eBook인지에 대해서는⋯.그 이야기만 써도 1000자가 넘을 것 같아서 줄일게.

그냥 '좋아하는 것, 몰입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쫓다보니 어느새 덕업일치가 이루어진 상태'가 됐다고만 말할게!

Q. 쉴 때 뭐해?

기본적으로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시간이 비는 것이나 '아무런 할 일도 없는 상태'를 잘 견디지 못 해. 인생이 참 짧은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거든. 그래서 쉬는 날에도 항상 뭔가를 하는 것 같아. 주로 운동을 하고, 악기를 배우러 가거나 영화, 전시회 등을 보러 가기도 해. 가만히 있고 싶을 땐 차라리 만화방이나 근처 카페에라도 가는 것 같아.

Q. 취미가 뭐야?

클라이밍! 별다른 일정이 없는 한 항상 암장에 갈 정도로 열심히 다니고 있어. (그러고 보니 이것도 완전히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네.) 관련해서 유튜브도 하고 있고. 편집을 하다 보면 시간이 엄청 금방 가.

또 최근에는 시간 날 때마다 어릴 때 좋아하던 영상물을 다시 돌려보고 있어. 온갖 OTT 서비스로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정작 괜찮은 건 별로 없더라고.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콘텐츠를 찬찬히 다시 보며, 과거와는 다른 감상을 느껴보는 게 더 좋아.

직장을 다니며 시간이 귀한 걸 알게 되니까, 살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애틋해지거든. 최근에는 미드 <오피스>의 인생 3번째 정주행을 마쳤고, 애니메이션 <꾸러기수비대>의 정주행을 시작한 참이야.

취미도 암장,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도 암장, 스트레스 푸는 것도 암장. ⓒ탁슬

Q.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얼마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인들 소파 대체 왜 사는 거임?'이라는 게시글이 유행하며 돌아다닌 적이 있어. 소파에 앉지는 않고 소파를 등받이 삼아 바닥에 털썩 앉아있는 모습이 꼭 나 같더라고. 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도, 등을 기댈 소파와 거실 한 가운데 놓인 코타츠 사이의 좁은 틈이야. 코타츠 난로에 불을 올려놓고, 등을 소파에 기대면 한 2, 3시간은 일어나지 않게 되거든. 그만큼 편안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

Q. 집 외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암장(실내 클라이밍 전용 체육관)! 특별한 저녁 일정이 없으면 항상 향하는 곳이라 제 2의 집 같아. 암장가는 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막상 가면 에너지가 솟는 게 느껴져. 그 공간 자체가 주는 활기가 있기도 하고, 오늘은 어떤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기도 해. 매일 루틴하게 돌아가는 내 삶에서 거의 유일하게 내게 '풀어볼 만한' 문제를 던져주는 공간이기도 하고!

Q. 즐겨 듣는 음악은?

이 시국에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일본 아이돌을 굉장히 좋아했어. 그래서 주로 듣는 노래들도 일본 아이돌들의 노래야. 일본 노래는, 특히 아이돌 노래는 그 시점과 담겨 있는 상상력, 표현 범위가 굉장히 넓어. 노래 가사만 들어도 한 곡 안에서 시작되고 완결되는 하나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있거든. 그런 가사가 재미있어서 듣기 시작한 지 어느새 20년째 되어가는 것 같네.

Q. 소울 푸드는?

얼마 전에 <자, 이제 마지막 식사가 남았습니다>라는 책을 보고 나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어. '소울 푸드'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해석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저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바로 소울 푸드가 아닐까 생각했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은 채 그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한 음식은 나에겐 김치만두인 것 같아. (사실 김치전이랑 엄청 고민을 했지만)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에 김치를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민족이잖아. 

최근 김장을 했는데, 아침부터 내내 김장김치 냄새를 맡고, 칼국수를 먹고, 수육을 먹고, 차에 싣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김치 냄새를 맡았는데, 집에 가니까 또 배고파서 김치만두가 먹고 싶더라고. 진심으로 내 피에 흐르는 게 김치국물이 아닐까? 생각했어.

사실 만두만 따로 놓고 봐도 무척 좋아하는데, 예전에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15년간 군만두만 먹은 걸 괴로운 경험처럼 표현하는 걸 이해 못할 정도였어. 나는 누가 15년간 매일 만두만 줘도 행복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

Q.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하고 집에 딱 들어갔을 때? 반려조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새장 속에 있던 애들이 내가 오면 '와 이제 나갈 수 있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부르거든. 새장 문을 열어줄 때, 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개를 펴고 집안을 휘휘 날아다닐 때 뭔가 보람(?)을 느껴.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는 으레 그날 저녁의 메뉴를 정해놓기 마련인데, 내가 요리를 하든 사먹든 집에 들어가는 순간 어쨌든 '이제 곧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해지는 것 같아.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나의 반려조들. Ⓒ탁슬

Q. 마흔이 되면 어떨 것 같나?

얼마 전에 EBS에서 ‘UP’이라는 다큐 시리즈를 봤는데, 7살 아이들이 63세가 될 때까지 그 인생을 7년이라는 생애주기마다 찾아가서 찍은 거였어. 그걸 보니 35살~42살 사이에는 크게 변화가 없더라고. 아마 한창 현역에서 활동할 나이고, 그만큼 어느 정도 연속성이 보장되는 나이 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마흔이 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여태껏 딱히 없었던 것 같아. 다만, 지금보다는 흰 머리와 주름이 좀 더 늘어나 있겠지? 너무 젊어 보이고 싶어하지도 않고, 너무 인생을 다 산 척 하지도 않는 마흔이고 싶어.

Q. 3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것?

결혼과 출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혼란스러운 점이 있어. 지금 딱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하나 둘씩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걸 보면 '이쯤되면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

그런데 그게 나의 욕망인지, 사회적으로 '응당 그래야 하는 것'이라 그렇다고 생각해서 주입된 욕구인지 사실 잘 모르겠어. 어떤 때는 '결혼 안 해도 괜찮지 않나, 자식 없어도 괜찮지 않나' 싶다가도 어떤 때에는 누군가 또 곁에 있었으면 좋겠거든. 인생이 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만약 인연이 있다면 너무 늦게 만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Q. 남들과는 조금 다른 나만의 길을 걸을 때나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 주변의 반응은? 그리고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받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

20대 때 3년 정도 채식을 한 적이 있었어. 공장식 축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 나름의 항거였어.

처음에는 모두를 다 이해시키려고 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그럴수록 점점 지치더라고. '이해받고 싶다'는 게 '너는 틀리고 내가 맞았으니 너도 나처럼 채식을 해야 해'는 아니잖아? 나는 지인들에게 채식을 결코 강요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내가 '나는' 동물 복지 때문에 채식을 한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인들은 저렇게 받아들이더라고.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조용히 나 혼자 내 신념을 실천하고, 주변인이 호기심을 가지면 그때그때 설명해 주는 형태로 바뀌었어.

나는 이솝우화의 <태양과 북풍>이라는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내가 내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서 표현하는 것보다는 내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우회적으로 사람들이 역으로 호기심을 갖게끔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거든.

그냥, 내가 스스로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가면, 누군가가 나에게 이끌려서 그 비결을 궁금해 할 거고, 그렇게 그 사람의 마음에 자발적인 호기심이 피어났을 때 알려주면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이해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식물도 식물이 목마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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