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book / 블랭크, 마약베개와 퓨어썸샤워기를 탄생시킨 세 가지 질문

블랭크, 마약베개와 퓨어썸샤워기를 탄생시킨 세 가지 질문

Editor’s Comment 블랭크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마약 베개’나 ‘블랙몬스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품을 알리는 강력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업계에 성공의 방정식을 가르쳐준 콘텐츠 커머스 대표 기업입니다. 2019년 한해에만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7화는 임경호 블랭크 커뮤니케이션 총괄의 강연을 담았습니다.

남대광 대표가 자주 쓰는 세 가지 표현을 살펴보면 콘텐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이 오실 거에요. '기대값이 큰가요'와 '구조 나오나요', 그리고 '봐야 할 이유는 뭔가요' 인데요. 저희끼리는 ‘블랭크 방언’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주 강한 특수성을 띄는 표현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 블랭크를 낳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블랭크 코퍼레이션이 어떤 기업인지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아래의 다섯 가지 키워드가 블랭크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콘텐츠(Contents), 융합(Convergence), 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le), 커머스(Commerce), 콘텐츠 커머스(Contents Commerce).

블랭크가 유명해진 건 '콘텐츠 커머스 비즈니스의 성공' 때문이죠. 저희는 콘텐츠에 커머스를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마약 베개, 퓨어썸 샤워기 등의 제품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20개가 넘는 자체 브랜드를 기획했고, 300여 개의 상품을 보유 중입니다. 모든 상품의 기획은 블랭크가 하지만, 생산은 역량 있는 제조사를 찾아 맡기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모델을 추구합니다.

혹시 블랭크의 남대광 대표를 아시나요? 남대광 대표는 모바일이 태동할 때 ‘세상에서 가장 웃긴 동영상’이라는 채널을 만든 장본인입니다.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토대로 ‘몬캐스트’라는 영상 플랫폼을 론칭하기도 했었죠. 영상 큐레이션의 흥행과 가능성에 일찍이 눈을 떴기에 오늘날의 블랭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블랭크에는 콘텐츠 DNA가 흐른다고 보면 됩니다.

블랭크의 성장, 그 중심에는 콘텐츠가 있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콘텐츠는 무엇이든 다 융합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커머스가 될 수도 있고,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도 있고, 여행 산업이 될 수도 있죠.

여기까지 듣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 걸까요? 지금부터 블랭크만의 해답을 도출해보겠습니다.

콘텐츠 = 소통과 공감의 매개 + 데이터 마트

도대체 콘텐츠라는 건 뭘까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전달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이 콘텐츠이죠. 한 편의 글도 콘텐츠이고, 유튜브 영상도 콘텐츠이구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저에게는 블랭크라는 기업 자체가 콘텐츠입니다. 비즈니스 성과,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블랭크 사람들의 에피소드까지 전부 다 콘텐츠에요.

고객서비스(CS) 파트에서는 고객 피드백이 핵심 콘텐츠입니다. 제품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논리를 이어나가고,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고객 피드백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 거리인 셈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정의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입니다. 저는 블랭크라는 기업 콘텐츠로 고객들과 소통하고, CS 파트는 고객 피드백으로 고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블랭크에 있어 콘텐츠는 소통과 공감의 매개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가”라는 질문도 바뀝니다. “소통과 공감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가”라고 질문해야겠죠.

블랭크 성공의 목격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임경호 블랭크코퍼레이션 커뮤니케이션 총괄 ⓒ폴인

블랭크에 콘텐츠는 소통과 공감을 일으키는 모든 것이며, 사업의 근간이자 핵심이고, 고객 설득 수단입니다. 또한 하나의 데이터 마트이자 소비자 접점입니다. 또한 콘텐츠 그 자체가 브랜드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볼게요. 블랭크는 고객분들에게 “우리 제품이 정말 좋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영상을 만듭니다. 사용 전과 후가 명확히 다른 뷰티 제품, 계란을 밟아도 안 깨지는 베개 영상 등이 그 예죠. 이외에 카드 뉴스와 결정적인 한순간을 포착한 이미지 사진도 제작하고, 아예 한 시간짜리 영상 프로그램을 찍기도 합니다. 저희는 제품 그 자체도 콘텐츠라고 봅니다.

제가 던진 콘텐츠의 정의 중 데이터 마트라는 표현이 생소할 수 있으니 좀 더 설명하겠습니다. 블랭크가 남성 속옷 브랜드를 론칭했을 때의 일입니다.

가장 먼저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타제품과 차별화된 제품의 특성)가 확실한 제품을 찾아야겠죠. 처음엔 전자파가 차단되는 원단을 남성의 주요 부위에 덧댄 팬티를 기획했어요. 바지 앞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다니는 남성들이 많은데, 전자파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처음 이 기획이 나오고 저희끼리는 “이거 진짜 대박이다”라고 얘기했어요.

이후 같은 제품을 가지고 전자파 방지 기능, 좋은 원단, 예쁜 디자인 등 각각 다른 셀링 포인트를 강조한 이미지 세 장을 제작했습니다. 블랭크의 팬티를 입으면 남자의 주요 부위가 전자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이미지, 그다음엔 우수한 원단을 강조한 이미지도 제작했죠. 통기성이 좋다, 밀착감이 뛰어나다, 허벅지에 말려 올라가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었죠.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예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멋진 모델이 입고 있는 착용샷도 함께 올렸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예쁜 디자인의 압승이었습니다. 저희는 전자파 차단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나온 데이터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어요. “사람들이 끌리는 건 결국 디자인이다“라는 가르침을 얻은 거죠. 이후 영상을 제작할 때 예쁜 디자인에 좀 더 무게를 두었더니, 더 반응이 좋더라구요. 콘텐츠가 데이터 마트인 이유를 아시겠죠?

‘블랭크 방언’을 통해 보는 콘텐츠 철학 세 가지

남대광 대표의 콘텐츠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남 대표가 자주 쓰는 세 가지 표현을 살펴보면 콘텐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이 오실 거에요. “기대값이 큰가요”와 “구조 나오나요”, 그리고 “봐야 할 이유는 뭔가요” 인데요. 저희끼리는 ‘블랭크 방언’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주 강한 특수성을 띄는 표현들입니다.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는 블랭크의 모든 콘텐츠를 직접 검수한다. ⓒ블랭크

“기댓값이 큰가요?”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에 항상 나오는 질문입니다. 이 일을 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 기댓값이 얼마나 되느냐는 거죠. 리소스 투입 대비 매출(ROAS, Return On Ad Spend)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구조 나오나요?”

블랭크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반드시 필요한 건 구조에요. 정확하게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 새로운 가치를 파생시킬 수 있느냐는 거죠.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에 대한 콘텐츠가 아무리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이 콘텐츠를 통해 A 제품의 매출이 성장하지 않으면 좋은 구조를 형성하지 못한 거죠.

“봐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작자들을 가장 진땀 빼게 하는 말이죠. 남 대표는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대단합니다. 블랭크의 모든 콘텐츠를 다 검수합니다. 그래서 다른 부서에 비해 콘텐츠팀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요. 남 대표의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냉정합니다. “이걸 끝까지 봐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35초에서 껐어요” 이렇게 말해요. 콘텐츠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시선을 계속 끌어모으는 흐름이자, 힘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내부에서는 “콘텐츠로 '예술'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깔려있습니다.

남 대표가 콘텐츠에 대해 특히 강조하는 건 세 가지, 논리·공감·설득력입니다. 콘텐츠에는 논리가 있어야 하고, 그 논리가 공감을 얻어야 하고,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발견의 기회를 줍니다.

결핍의 발견부터 탁월한 설득까지

블랭크에서 하나의 제품이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볼까요. 제품의 시작은 기획이죠. 그런데 기획을 잘하려면 명확한 결핍, 즉 소비자의 니즈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제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니까요. 여기에 더해 영상과 이미지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결핍의 발견, “이렇게 OO한지 몰랐어”

퓨어썸 샤워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가 샤워할 때 쓰는 물은 정제 과정을 거쳤으니 깨끗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물은 깨끗해도, 그 물을 실어 나르는 수도관은 깨끗하지 않아요. 워낙 낡아서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물에 섞여 나옵니다.

우리가 발굴한 사용자의 결핍은 '우리가 깨끗하다고 믿었던 물이 사실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 결핍을 해결하는 수단은 ‘정수 필터가 가미된 샤워기’ 입니다. 퓨어썸 샤워기는 정확히 이 논리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이 논리를 영상과 이미지로 설득하는 겁니다. 눈에 바로 보이는 설득이 필요합니다. 저희 영상을 보시죠. 한강물도 이 샤워 필터를 거치면 깨끗해지고, 살수판을 교체하면 수압이 바로 세집니다. 눈 앞에서 보이니 설득이 쉽고, 공감을 얻기도 편합니다.

이 영상은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를 담았지만, 여기에 재미를 추가해서 바이럴될 수 있게끔 의도했어요. 예상대로 매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강물을 퓨어썸 샤워기로 끌어올렸더니 불순물이 제거됐다는 실험은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재연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약 빤 실험실] 캡처

공백(0100)이란 브랜드로 출시한 세탁조클리너도 비슷합니다.

이 제품은 600만 개 정도 팔렸습니다. 사실 세탁기 클리너 제품은 예전에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클리너를 사용하지 않으면 세탁기 내부가 얼마나 더러운지(사용자의 결핍), 사용하면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지(결핍을 해결하는 수단)를 영상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가 매우 확실했기 때문에, 엄청난 반응을 얻었습니다.

즉 블랭크는 사람들이 쉽게 놓치고 캐치하지 못한 요소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을 얻습니다.

다음은 마약 베개가 어떻게 고객을 설득했는지 볼까요.

두 베개 사이에 계란을 넣고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마약베개의 실험 ⓒ블랭크

솔직히 말씀드리면 계란이 안 깨지는 것과 잠을 잘 자는 것,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이 베개의 소구 포인트는 이 베개가 머리를 얼마나 잘 감싸주고 충격을

  • 20%

    콘텐츠에서 길을 찾은 혁신가들

    최원준 외 5명
스토리북 구매하기
Top
팝업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