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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CM에 이어 무신사의 콘텐츠를 책임진 이 남자, 감각을 잃지 않는 법

Editor’s Comment 비즈니스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바람은 모두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 고급스런 브랜드도 구축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양립할 수 있는 두 소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감각을 잃지 않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콘텐츠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가> 11화에선 김현수 무신사 미디어부문장과의 솔직한 질의응답이 소개됩니다.

재밌고 웃기고 예쁘고 그래서 켜면 시간 가는 줄 모르면 됐지 무슨 ‘의미'를 찾아요.

폴인스터디가 묻고 김현수 부문장이 답하다

Q. 부문장님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했던 팀원 중에 특히 여성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에 여성 비중이 높았던 건지, 의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나온 직장 생활에서는 공교롭게 능력 있는 직장 동료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실제로 일을 함께할 때 여성 동료들의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이 도움 된 것도 맞고요.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배려해주고,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 훨씬 더 높은 퍼포먼스가 나오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남자와 일하면 퍼포먼스가 떨어지거나 일하기 힘들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무신사에는 남자 직원이 더 많거든요. 회사의 성향, 일하는 시기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Q. ‘뻔하면 죽는다, 재밌어야 한다’는 말과 하이엔드 브랜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추구하는 회사라면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하나요?
오늘 제 이야기 중에서 두번째 메모에 해당하는 부분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종류가 다른 것 같습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병맛, 독한 맛, MSG 많이 넣은 맛으로 흘러가는 브랜딩도 있어요.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가고 싶어 하는 곳과는 맞지 않겠죠.

다르게 표현하자면 하이엔드 브랜딩이 재미, 혹은 편안함과 연결되지 않는다기보다는, 브랜드 특성상 강력한 콘텐츠 하나만으로는 브랜딩이 어렵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예로 보여드렸던 게 스와로브스키의 병맛 콘텐츠 사례였고요.

브랜드의 정서라는 건 사람과의 관계처럼 한 번에 정립되지 않습니다. 누차 말했던 브랜드의 뉘앙스도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만들어지는 것이고요. 결국 시간과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Q. 고급스런 유머나 고급스러운 뻔함은 하기 어려운 건가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웃을까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기대가 허물어질 때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해요. 멋있을 줄 알았는데 바보 같을 때, 예상을 빗겨나간 망가짐을 보면 크게 웃는 거죠.

그런데 그 반대의 상황, 별로일 것 같았는데 예상외로 멋있을 때는 웃음이 나오지 않습니다. 탄성이 나오죠. 오오~ 하고요. 놀라거나 멋있다고 생각해서죠. 어떻게 다른지 느낌이 오시나요?

병맛 콘텐츠로 사람의 감정을 우아하게 자극하는 방법은 아직 못 찾았을 수도 있어요. 어느 날 에르메스가 4000만 원 짜리 가방을 가지고 병맛 콘텐츠를 만들지도 모르죠. 상상은 잘 안 되지만요.

김현수 무신사 미디어부문장은 “병맛 콘텐츠로 하이엔드 브랜딩에 성공한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폴인

Q. 29CM에서 일하실 때 중요하게 여겼던 지표나 KPI가 무엇이었나요? 
일정 기간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그에 맞는 실적, 숫자가 나오는 게 기본이겠죠. 조회 수나 페이지 뷰, 판매량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그런 퍼포먼스 숫자를 얻어야 한다면 네이버 키워드 광고나 쿠팡, 지마켓과 프로모션을 하는게 더 적절할거 같아요. 29CM보다는요.

하이엔드 브랜딩은 숫자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브랜드의 뉘앙스를 남기는 겁니다. 그래서 각종 지표를 다 없애버렸어요. 지표가 생기면 숫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니까요.

재밌는 건, 하이엔드 브랜딩을 원하는 브랜드는 지표를 따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최근에 테슬라와 PT를 진행했는데, 테슬라는 아이덴티티가 굉장히 단단한 기업이에요. 그만큼 브랜드가 콘텐츠에 요구하는 호불호도 명확해서 콘텐츠로 풀어낼 수 없는 지점도 많지만, KPI는 따지지 않더라고요. 브랜드의 타깃이 모여있는 곳에서 좋은 콘텐츠를 퍼뜨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브랜드의 숫자를 만드는 것과 정서, 뉘앙스를 만드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걸 안다는 의미겠죠.

Q. 뉘앙스를 남기는 게 중요하다면, 브랜드 PT를 통한 브랜드 홍보가 잘 되었는지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정성적 평가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어려운 질문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평가하지 않습니다.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요. 만들 때 최선을 다해 만듭니다.

브랜드를 제일 잘 아는 주체는 그 브랜드겠죠. 브랜드 담당자들과 29CM의 PM은 기획 회의부터 모든 걸 함께 진행합니다. PT 제작 기간 역시 최소 4주에서 6주 정도,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기간만큼 걸려서 만듭니다. 그래서 한 달에 최대 4편 정도를 소화할 수 있어요.

물론 작업을 시작할 때 감을 잡기 위해서 PT의 퍼포먼스 지표를 물어보는 기업은 있습니다. PT의 평균 클릭수, 페이지뷰 등을 알려주긴 하죠. 그렇지만 그는 여러 브랜드의 평균치일 뿐입니다. 인지도 낮은 브랜드라면 당연히 숫자가 낮게 나올 거라는 걸 감안해서 평가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Q. PT 브랜드는 어떻게 선정하나요? 29CM에 입점한 브랜드가 아닌데 PT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PT는 세일즈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출이 최우선 기준은 아니에요. 브랜드가 요청하면 진행 여부를 내부 회의로 결정합니다. 선정 기준은 명료하지 않아요. 구성원들의 감에 의존하는 편입니다. 굉장히 애매한 경우엔 회의를 하죠. 이야기를 길게 끌지 않아도 금방 의견 일치가 돼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진행했던 PT 중 ‘바른생각’ 이라는 콘돔 브랜드가 있었어요. PT에서 다뤄보지 않았던 상품 군이라서 잠시 고민했는데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듣고 나서 하기로 결론 났습니다. 오뚜기와 협업을 진행한 적도 있고요. 오뚜기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고 저희가 그걸 잘 살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Q. 저는 매스 고객을 상대하는 브랜드라면 매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연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딩을 하려면 매장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상품, 콘텐츠, 매장 3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하이엔드 브랜드로 갈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먼저, 오늘 제가 내내 언급한 ‘매장'은 이커머스의 매장도 당연히 포함한 넓은 개념입니다. 29CM도, 쿠팡도 다 매장이죠.

매스 고객을 상대하는 브랜드냐, 하이엔드 브랜드냐에 따라 매장의 필요성이 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축구도 여러 전략이 있듯이 주어진 조건과 리소스와 타이밍에 따라 다르겠죠. 브랜드가 전국구를 다 커버해야 하는지, 특정 지역만 커버해도 되는지에 따라서도 다를 거고요.

다만 모바일 미디어와 모바일 커머스의 세상에서 콘텐츠 하나만으로 하이엔드 브랜딩을 감당하기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콘텐츠와 상품과 매장이 한 방향으로 어우러져야 사람들이 브랜드의 정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디어커머스의 시각에서 말씀드리는 거고,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에 따라 저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Q. 강의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이라는 책에 ‘모든 브랜드는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라는 대목이 있어요. 마트에 입점한 브랜드도 하이엔드를 지향하고,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도 대중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 보다 아래 단계인 프리미엄 브랜드 쪽으로 흐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그 책을 읽지 않아서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트에 입점한 브랜드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되고 싶을 수 있죠. 실제로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신 판매자 분들도 있고요. 럭셔리 브랜드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가 라인을 론칭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몇몇 브랜드는 그렇게 하고 있죠.

그런데 하나씩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유니클로는 서브 브랜드로 더 럭셔리한 브랜드를 만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대중적이고 저렴한 GU라는 서브 브랜드를 론칭했습니다. 샤오미가 저가 브랜드로 인식된다는 이유로 더 고급 브랜드가 되기를 원하나요? 그것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 가성비 끝판왕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기를 바랄 거예요.

모든 기업은 성장 욕구가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만큼만 성장해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노를 젓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죠. 그런데 매출만 성장해서도 안 됩니다. 어떻게든 브랜드가 지속할 수 있는 어떤 힘이 필요하거든요.

결국 매출과 브랜드의 지속성 때문에 브랜드는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하기 위해 노력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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