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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는 어떻게 최고의 투자 아이템이 되었나

1. WHAT TO READ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계신가요? 은행 금리도 시원치 않고, 주식시장도 잘 모르겠다면 주저하지 말고 스니커즈(운동화)에 투자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2019년 11월 8일 나이키 홍대 매장은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지드래곤과 나이키의 콜라보레이션 운동화죠. 전세계적으로 그 달 28일 발매될 이 제품의 한국 한정판이 깜짝 발매된 거였죠. 그런데 길게 줄을 선 이들이 살 수 있는 건 파라노이즈가 아니었습니다. 그걸 살 수 있는 응모권을 받는 줄이었죠. 

응모권은 8888명에게만 지급됐는데, 이걸 받기 위해선 반드시 나이키 상의와 에어포스원 운동화를 신고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줄을 길게 늘어섰다는, 정말 대단하죠? 이날 온라인은 갑작스러운 출시 소식에 당일 휴가를 내고 줄을 섰다는 이들부터, 뒤늦게 소식을 듣고 애통해하는 이들까지 온갖 사연으로 시끄러웠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날 저녁부터 파라노이즈를 사고 팔려는 사람들로 '중고나라'가 시끄러웠다는 겁니다. 21만9000원짜리 상품이 하루 만에 두 배가 넘는 50만 원에 거래되는가 하면, 지드래곤 친필 싸인이 있는 한정판의 경우 온라인상 호가가 15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이쯤되면 ‘스니커즈테크(스니커즈+재테크)’라 불릴만 합니다.

누군가 샀던 상품을 다시 사거나, 누군가 썼던 상품을 기꺼이 쓰는 소비 시장, 바로 리세일 마켓(Resale Market)인데요. 한국에서는 보통 중고 혹은 구제로 불렸던 이 시장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 WHY TO READ

패션 산업은 독특한 특징을 하나 갖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여전히 쓸만한 데도 심리적 만족감이 떨어져 새로운 대체품을 계속해서 소비한다는 겁니다.  패션 산업은 새로움을 파는 산업입니다. 바로 거기서 수익이 창출되죠. 

그런 산업에서 이미 한 번 팔렸던, 시즌을 지나간 상품을 되파는 시장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떠오른다니, 이건 산업의 근본 자체를 흔드는 사건입니다. 리세일 마켓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1) 갑자기 불어온 리세일 열풍, 패스트패션을 넘어선다고?

리세일 시장은 현재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세일 플랫폼 중 하나인 트레드업(Thred up)에 따르면 미국 내 중고 의류 거래 시장은 2015년 불과 14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32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패션 시장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21배가 높은 수치죠.

트렌드업은 심지어 2028년엔 자라, H&M과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시장 규모를 뛰어 넘고, 2033년엔 개인 옷장의 1/3을 채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패션 산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엄청난 영감을 주었던 패스트패션을 뛰어 넘는 시장 규모를 가져간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예측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리세일 마켓에서 속속 유니콘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품을 주로 취급하는 '더 리얼리얼(The RealReal)', 스니커즈를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게 한'스탁엑스(stock x)'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스타트업은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 얘기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한국 패션 산업의 트렌드나 소비 동향으로 미루어 국내 역시 이런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2) 이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소비자들은 누구일까?

그렇다면 이러한 리세일 마켓을 이토록 키운 건 누구일까요? 물론 새로운 기업이 뛰어들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없다면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리 없죠. 이 시장을 키운 건 바로 MZ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과 Z세대입니다. 

절대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이 목표였던 베이비부머 세대에겐 옷을 물려 입거나 구제 물건을 파는 가게를 전전하는 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가난의 흔적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들 세대는 항상 새로운 것과 새 것에 매력을 느꼈죠. 누구나 소비를 열망하던 시대였고,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를 잘 읽어 낸 게 바로 패스트패션이었습니다. 우리도 부자처럼 최신 패션을 빠르게 소비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만들어 준 거죠. 패스트패션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소비력으로 무장한 중산층이 한 손에 인터넷을 들고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그에 맞춰 기업은 지구 끝까지 찾아가 싼 값에 옷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소싱 능력을 갖췄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것은 흔합니다. 너무 쉽게 얻을 수 있죠. 게다가 패스트패션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환경 파괴입니다. 수많은 옷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버려지니까요. 한때 패션의 민주주의로 칭송 받던 패스트패션은 거센 비난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민감한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패스트패션이 점점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죠. 새로운 소비자는 고민합니다. "새로움을 즐기면서, 유니크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할 순 없을까?" 그들에게 패션 산업이 제시한 대안이 바로 리세일 마켓입니다. 

MZ세대의 새로움이란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에게 새로움이란 자신이 처음 접하는 경험이죠. 꼭 소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들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공유 비즈니스에 개방적입니다. 공유 옷장을 두고 여러 사람이 옷을 빌려 입는 렌탈 비즈니스나 더 이상 자신에게 가치가 없는 상품을 다른 사람의 상품과 교환하는 리세일 마켓은 이들에게 새로움을 경험하는 새로운 대안이 됩니다.

그런데 공유 옷장엔 문제가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걸 대체로 남도 원한다는 거죠.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패션 렌탈 비즈니스는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리세일 마켓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새로운 상품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산 상품을 다시 되팔아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합니다. 소유하지 않고 사용하는 일명 '스트리밍 라이프(streaming life)'에 익숙한 MZ세대에겐 꽤나 매력적인 모델입니다.

3) 리세일 마켓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

리세일 마켓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인 트레드업(Thred up)은 2009년에 세워졌습니다. 리세일 마켓의 큰 형쯤 되는 이 플랫폼은 주로 매스마켓을 타겟으로 한 상품을 취급해왔는데요, 최근 이들은 스스로를 '서비스로서의 리세일(Resale as a Service)'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오프라인에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충성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충성 고객 프로그램입니다. 아주 재밌는 모델인데요, 한 번 들어보세요. 고객이 트레드업의 협력 패션업체에서 신상품을 사면 트레드업이 가방을 하나 보내줍니다. 옷을 입다 이 가방에 담아 트레드업으로 보내면 고객은 옷을 샀던 그 패션업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받죠. 옷장을 비워내야 다시 옷을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모델인데요, 정말 신박하지 않나요? 고객으로 하여금 소비하게 하기 위해 경쟁자와 전략적으로 협업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해주고 싶습니다. 

더리얼리얼(The Real Real)은 명품 리세일 시장에서 주목 받는 플랫폼입니다. 사실 더리얼리얼이 처음 론칭했을 때만 해도 명품 브랜드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적대시하기까지 했죠. 자신들의 소비자를 빼앗아간다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더리얼리얼과 협업하려는 분위기죠.

스텔라매카트니는 더리얼리얼에 자사 상품을 파는 소비자에게 스텔라메카트니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달러짜리 상품권을 제공합니다. 버버리는 자사 매장에서 퍼스널 쇼퍼의 도움을 받아 쇼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요.

명품 브랜드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한 때 자신들의 소비자였던 이들과 유대 관계를 돈독하게 하려는 취지가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심는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도 더리얼리얼과 협업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더리얼리얼의 버버리 페이지. ©더리얼리얼(The Real Real) 홈페이지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리세일 플랫폼은 단연 스탁엑스(stock x)입니다. 스니커즈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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