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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비는 미디어의 새로운 전형이 될 수 있을까

1. WHAT TO READ

지난 1월 8일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CES 2020의 개막 둘째날. 기조연설 무대에 제프리 카젠버그 전 드림웍스 CEO와 맥 휘트먼 HP 전 회장이 등장했습니다. 헐리우드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경영자 두명이 만나서 ‘퀴비(Quib)’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대여서 테크와 미디어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퀴비는 '빨리 씹는다는 의미로 퀵바이트(Quibi, Quick Bite)의 약자다'란 것과 '오는 4월 6일 공개한다'는 내용 외에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특히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죠. 그런데도 벌써 1억5000만 달러(약 1791억원)의 광고가 완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끌어 올렸습니다.

아무리 카젠버그와 휘트먼이 만났다고 해도 창업 2년이 안됐고, 더구나 서비스도 공개되지 않은 ‘스타트업’ 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신생기업 퀴비가 CES의 기조연설을 한다니 파격적인 라인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프리 카젠버그와 맥 휘트먼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퀴비를 왜 창업하게 됐는지, 차별화된 기술로 선보인 ‘턴스타일(Turn Style)’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존 미디어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공개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 그들은 퀴비가 '헐리우드(스토리텔링)와 실리콘밸리(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헐리우드와 실리콘밸리에서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2020년대 탄생한 첫 미디어 플랫폼. 퀴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1월의 CES 기조연설 무대에서 퀴비의 설립자 제프리 카젠버그(전 드림웍스 CEO)가 연설하고 있다. ⓒ퀴비

2. WHY TO READ

1) 퀴비란 무엇일까요.

퀴비의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는 스스로 내세우듯 ‘빅 스토리, 퀵 바이츠(Big Stories, Quick Bites)’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8일 CES 2020 기조연설에서 퀴비는 스티븐 스필버그, 샘 레이미 등 헐리우드 레전드급 감독과 리즈 위더스푼, 덴젤 워싱턴 등 블록버스터에나 등장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를 상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콘텐츠는 스마트폰에서만 볼 수 있고, 길이는 6~10분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콘텐츠도 다양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퀴비는 영화(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 등 3개 카테고리가 있으며 첫 해 총 175편, 8500개 에피소드가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메이크 TV 시리즈로 '레전드 오브 더 히든 템플', 몰래카메라쇼(펑크드) 같은 콘텐츠도 준비됐습니다.

퀴비의 콘텐츠는 밀레니얼 및 Z세대에 맞춰져 있습니다. 18~34세가 타깃이라고 합니다. 특히 뉴스도 하는데 NBC는 아침과 저녁 2개의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게임쇼(MTV의 게임쇼 'Singled Out')도 있다고 합니다.

가격도 관심사였습니다. 무료가 아닌 구독형(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퀴비는 광고를 포함한 가격은 월 4.99달러, 광고가 없는 서비스는 월 7.99달러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2) 퀴비의 새 술(콘텐츠)은 무엇일까요?

퀴비는 ‘단편(숏폼) 비디오 플랫폼’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편(롱폼)이 있으면, 단편이 있는 것 아니냐고 단순히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월트디즈니에서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킹’ 등을 흥행시켜 디즈니 르네상스를 만들고 드림웍스를 창업한 이후엔 ‘이집트왕자’ ‘개미’ 그리고 ‘슈렉’을 만들어 ‘헐리우드 전설’의 반열에 오른 제프리 카젠버그의 잠재력을 잘 모르는 것이겠죠.

카젠버그는 “1990년대 HBO가 등장했을 때 그들은 TV가 아니라 HBO다라고 선언했다. 우리도 숏폼 비디오가 아니다. 우리는 퀴비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그의 문제의식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보는데 정작 스마트폰은 미디어 소비를 위해 개발 되었나?”라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처음엔 전화, 메신저, 앱 다운로드 등을 위해 개발됐지만 지금까지도 영화나 드라마, 뉴스를 보기 위해 개발되진 않았다는 것이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영화와 드라마도 TV 스크린에 최적화해 제작되지 스마트폰 상영에 맞춰 제작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영상의 상당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에 최적화하면 스토리텔링도, 기술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제프리 카젠버그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TV 시대 스토리텔링은 60분이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엔 60초가 기본이 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상 제작자 프랜들리 정책도 퀴비 생태계를 확장하게 합니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퀴비를 위한 영화(드라마)는 퀴비에서 7년간 스트리밍이 보장되며 첫 스트리밍 후 2년 후에는 제작자가 재편집해서 새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했습니다. 영상 제작자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줘서 퀴비로 더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퀴비는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맥 휘트먼 퀴비 CEO의 CES 연설 모습. ⓒ퀴비

3) 새 술을 담기 위한 새 부대(기술)는?

퀴비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기술을 독자 개발했습니다. 이를 턴스타일(Turn-Style)로 명명하고 특허도 얻었습니다. CES 2020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턴스타일은 같은 씬을 찍고 2개의 비디오를 제공하는 방법입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면 3인칭 시점의 랜드 스케이프(landscape lens) 모드를 보여주고, 세로로 돌리면 1인칭 시점의 포트레이트(portrait lens) 모드가 나타납니다.

퀴비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로, 자연스럽게 화면을 전환하고 시청자의 시선을 전환시켜 몰입감을 더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속 주인공의 관점에서 시청하는 듯합니다. 어떤 방향에서 시청하더라도 최적의 장면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퀴비의 최고 제품 책임자인 톰 콘래드(Tom Conrad)는 “이 포맷은 특허까지 출원했다. 턴 스타일은 다양한 각도로 촬영, 스마트폰에서 최고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가지 버전의 영상은 같은 오디오 트랙을 사용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습니다. 퀴비의 사용자들은 하나의 장면에서 다른 시선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퀴비는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쳤고 진화를 시켜냈다고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수직 화면은 배우들을 근접 촬영해서 카메라에 가깝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가로 화면은 배우들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시간대를 알 수 있는 특성에 맞춘 영화도 제작됩니다. 스티븐 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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