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book / 연희동 상권을 만든 건축의 힘

연희동 상권을 만든 건축의 힘

탐방 둘째 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자칫 뜨거울 뻔 했던 5월 햇볕을 바람이 식혀주었죠. 햇볕은 어느 공간에나 골고루 내려앉지만, 모두들 인정하실 겁니다. 오래된 동네 상점이나 좁은 골목, 2층 주택의 붉은 벽돌 같이 정겨운 공간에선 햇볕이 더 반짝여보인다는 걸요.

유난히 반짝이는 구석구석이 많았던 그날, 연희동 에스프레소하우스 카페의 3층 다락방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일부는 전날 연남동의 뜨는 공간을 함께 누볐던 용사들이었죠. 서로 눈인사를 나누며, 웃음을 건네며, 우리는 마이크를 잡는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를 맞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김종석 대표를 소개하겠습니다. 탐방 첫째 날과 달리, 둘째 날의 탐방은 김 대표가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김 대표가 직접 증축을 기획한 건물들이 핵심 탐방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가 맡지 않은 공간은 심영규 PD가 나서서 설명했고요.

연희동 터줏대감이 된 함양 사람

김 대표가 왜 연희동 탐방을 이끌었는지를 아는 것은 연희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함양 사람인 김 대표는, 스스로 “제2의 고향은 연희동”이라고 말합니다. 20여 년 전 상경해 처음 전기 설비 일을 배운 곳이 연희동이었습니다. 전기 공사를 하며 그는 어깨너머로 건축을 배웠습니다. 최신 건축 양식을 적용하는 젊은 건축가와 작업할 때 가슴이 뛰었다고 합니다. 폴인(fol:in)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신진 건축가들과 작업하며 공간 디자인에 눈을 떴다. 시각적으로 더 멋진 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고, 전기 조명을 내가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디자인을 배워나갔다”고 돌아보더군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2002년 공사 도중, 김 대표는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해요. 먹고 살길을 궁리하던 그에게 이듬해 누군가가 연희동 한 건물을 경매로 매입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쓱쓱 연필을 잡고 건물을 디자인해 새로 지어 올려보았는데, 반응이 좋았답니다. 보름 만에 임대가 다 나갔고 한 달 만에 큰 수익을 남기고 되판 거죠. 그 뒤 “우리 건물도 디자인해달라”는 부탁들이 여기저기서 들어왔습니다.

전기 설비업자, 건축을 기획하다

건축 설계사가 아닌 그가 어떻게 건물을 고치고 새로 지었다는 걸까요. 그는 스스로를 ‘건축 기획자’라고 부릅니다. 연필로 짓고 싶은 건물을 스케치하면, 설계사가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설계도를 만들고 인·허가를 받습니다. 이후 시공에 들어가면 디자인 컨셉이 정확히 반영됐는지 그가 마감까지 챙긴다고 하네요. 그렇게 지금까지 그가 짓거나 고친 건물이 연희동에만 57채입니다. 연남·합정동 등 마포 일대를 합치면 100채 가까운 건물에 손을 댔습니다.

‘연희동 터줏대감’이라는 별명은 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와 함께 연희동 길거리를 누비니, 부동산 아주머니와 과일 집 아저씨, 카페 주인이 길에 나와 인사했습니다. 2010년에 열린 ‘연희동 카페거리 발대식’도 주도했다더니 연희동 구석구석에 마음의 지분을 많이 심어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김종석 대표와 함께 연희동 뜨는 공간들을 둘러보러 출발할 시간입니다. 다시 5월 20일 오후 4시, 서대문구 연희맛로 17-3, 에스프레소 하우스의 3층 다락방입니다.

실내 공간을 버려 실내 공간을 살리다 ; 에스프레소 하우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3 
최초 준공시점 1987년 12월 
증축 시점 2011년 4
안녕하세요.
저는 김종석입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둘러보실 많은 건물은 제가 직접 기획해 증축한 공간입니다. 

이 에스프레소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건물은 유명 건축가이신 김중업 선생께서 1987년에 지은 주택이었습니다. 건축주는 김 선생의 비서였는데, 증축을 결심하시게 된 건 경제적인 이유였습니다. “증축을 통해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물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고 제가 설득했죠. 그래서 이렇게 카페로 개조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나선형 계단이나 이곳 3층의 둥근 천장같이 독특한 포인트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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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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